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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쉽지 않은 미국 생활

미국 병원 후기 - 발목과 발가락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정형외과

by nomad worker 202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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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발목을 다쳐서 병원 예약하고 방문, 방문일에 발가락까지 아파서 발목과 발가락 둘 다 아프다고 했음.

2. 한 번에 한 부위만 치료 해 준다며, 둘 중 한 부위만 고르게 함. 나머지 부위는 다시 예약 절차부터 밞으라고 함.

3. 발목을 선택함. 그러나 쓸데없는 수술만 잔뜩 제시, 수술 안 한다니까 거들떠도 안봄. 한국와서 물리치료 시작.

 

 

한 번은 발목을 다쳐서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예약 할 때 발목이 아파서 의사를 본다고 했다. 그런데 정형외과 질환 대부분이 그렇듯이, 한 부위가 아프면 인접한 다른 부위도 같이 아파지는 경우가 흔하다. 내 경우는, 발목이 아프다보니 그 쪽 무릎이나 골반도 가끔 아프고, 발가락도 아프고 그랬다.

 

예약 당일 Reception에서 체크인을 했다. 카운터 직원이 오늘 발목 보는거 맞냐고 물어보길래, 발목도 아픈데 발가락도 좀 아파서 같이 보려고 한다고 했더니, 발가락은 따로 예약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오늘 온 김에 한 번에 다 보면 되는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부위별로 Consultation 비용을 따로 받아야 한다며 예약을 두 번에 나눠서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단, 발가락이 아픈 이유가 발목 때문이라면 이번에 같이 볼 수 있다고 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이냐... 어이가 없어서 "그 의사면 추가로 들이는 큰 수고 없이 둘 다 한 번에 진료가 가능한데, 왜 굳이 따로 보느냐"고 했다. "발가락이랑 발목이 가까이 연결되어 있으니, 서로 인과관계가 있을수도 있겠지"라고도 말했다. 그랬더니 카운터 직원들이 잠시 침묵하더니만, 곧이어 자기들끼리 발목만 보는걸로 처리하라고 대화하고는 그렇게 체크인이 끝났다.

 

내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로 들어가니, (간호사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사가 아닌 병원 직원이 먼저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오늘 발목을 볼 건지 발가락을 볼 건지 둘 중 선택하라고 해서, 발목을 선택했다. 증상과 평소 건강상태에 대한 여러 질문이 끝나고 그 사람은 나갔다. 곧이어 예약한 의사가 들아왔다. 의사는 발목만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것저것 검사를 해 오라고 시켰다. 시킨대로 여기저기 예약을 해서 검사를 받는데만 또 2주 정도 지났다.

 

다시 그 의사를 보러 갔고, 여태까지 찍은 사진 자료를 직접 들고가서 건네줬다. 사진을 보더니 인대가 파열되었다며, 이것저것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대를 플라스틱으로 보강하고, 무슨 뼈도 없애야 하고, 등등 수술 스케일이 너무 컸다... 의사에게 이게 반드시 필요한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여태까지 미국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어봐서 수술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한국 가서 수술 할 거라고 하고, 그 동안 주의 할 것이나 물리치료같은거 할 게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수술을 할거면 자기가 진행시켜줄거고, 그렇지 않으면 자기는 이제 더 할 게 없다고 했다. 수술 안 하겠다고 하니 그냥 뒤돌아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어서... 그냥 잘 있으라고 하고 나왔다.

 

곧 한국에 와서 의사를 두 번 봤는데, 당연히 한 번에 발목 포함해 여러 부위를 다 봐줬고, 의사들이 다들 물리치료부터 권했다. 수술 할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병원을 아무때나 예약 없이 방문해서 한 번에 진단, 검사, 치료까지 다 받을 수 있는게 얼마나 편리한 것인가 새삼 깨닫는다. 한국에서는 환자라는 사람으로서 의사라는 사람에게 진단을 받는 기분이 들었는데(물론 안 좋은 의사들도 있었지만, 그건 의사 개인 차이고, 피할 수 있으니...), 미국 병원은 갈 때 마다 내 신체 부위가 각각 돈으로만 환산되어, 의료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세운 공장의 원료가 되는 것 같고, 의사는 사람같기보다는 의료 시스템만 기계적으로 따르면서 내 신체 부위로 최대의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공장 부품 같이 느껴졌다. 미국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공감했다. 심지어 그 공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빙빙 돌아가야 겨우 고칠까 말까 한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혹시 의료 보험이 없거나 안 좋은 것이어서 이런 일을 겪은거 아닌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당시 엄청 좋은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었다. 의료 시스템 자체의 문제는 개인의 의료보험이 아무리 좋아봤자 다 무용지물이다. 자본주의의 폭정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으면 반드시 미국 병원에 가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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