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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쉽지 않은 미국 생활

해외에서 한국인을 조심하라더니… 미국에서 중고차 구매하려다 한국인에게 사기당할 뻔한 이야기

by nomad worker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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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중고차 구매 동행 구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현지 한인 목사가 연락함.

2. 이 목사가 자기가 원하는 매장들만 데려가면서 구매를 강요함. 매장 직원들과 잘 아는 사이 같았음.

3. 사례 필요 없다고 해놓고 밥사달라고 함. 결국 중고차 구매는 실패하고, 시간낭비 돈낭비.

 


벌써 3년 전 일이다.

차로 4-5시간 거리에 출장지가 있었는데, 출장이 잦다보니 차가 필요해졌다. 어느 날 PI에게 차 산다는 얘기를 꺼냈더니, 미국은 마초적인 곳이라면서 여자 혼자 가면 딜러들이 rip off 할거라고 남학생 아무나 데려가라고 했다. 검색 해 보니 정말로 여자 혼자 가면 평균 $2000-3000불 정도 더 내고 중고차를 산다는 얘기가 많이 떠돌았다. 그리고 중고차 딜러들의 태도들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그들도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러는거니 적당히 이해는 하라면서...

같은 랩 학생들한테 동행을 부탁하자니 거절하기 어려워 할 것 같아서, 우선 학교 한인 사이트에 글을 올려봤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데 중고차 보러 같이 가 주면 사례 한다고 적고, 연락처를 함께 올렸다. 두 명이 연락을 했는데, 한 명은 대학원생으로 결국 시간이 안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자기가 목사라면서 그 동안 한국인 학생들 정착 많이 도와줬고, 사례는 필요 없다고 했다. 학교 구성원이 아니어도 조회 가능한 게시판인줄은 몰랐으나... 어쨌든 도와준다 했으니 결국 이 목사를 만나기로 함. 사례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이 때 까지만 해도 밥은 사야지 했다.

목사가 처음에 중고차 매장 두 군데(A, B 매장이라고 하자)를 가자고 했다. 먼저 A 중고차 매장부터 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직원한테 "나 또 고객 데려왔다" 이러길래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목사가 직원 누구 잘 있느냐 하는 식으로 안부도 물어보고 그랬다. 차 한대 시승해봤는데 딜러랑 짜고 치는건지 목사랑 딜러가 함께 계속 그 차를 사라고 강요했다. 왜 안 사느냐고 둘이 같이 계속 화를 냈는데, 협박 받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그런짓에 당황하기에는... 30대인 나는 이미 또라이들 상대해본 경험이 많았음... ㅠㅠㅋㅋ 그냥 무시하고 나왔다.

그 다음 B 매장으로 갔는데, 갑자기 목사 태도가 확 달라졌다. A 매장에서는 열심히 통역하고 (사실 통역도 필요 없었음... 미국에서 12년 살았다길래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 할줄 알았으나 그닥...) 직원들한테 차에 대해 물어봐주고 그랬는데, B 매장에 오더니 혼자 갑자기 삐져서 그냥 딴데 보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 혼자 직원들이랑 대화하고 차 시승해봤는데 별로여서 결국 그냥 나왔다. 목사는 B 매장에 있는 내내 옆에서 A매장 차 사지 왜 여기 온거냐면서 궁시렁궁시렁... 아무래도 먼저 갔던 A 매장과 목사가 거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여튼 결과적으로 이날 차 사는건 실패함. 어차피 첫 시도에 사는건 기대도 안 했음.

차를 다 봤더니, 목사가 이제 차 보험 들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차를 고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보험을 드냐고 물어봤더니, 무조건 지금 가자고 계속 우겼다. 목사가 운전중이었는데, 집에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줄까 싶어서... 그냥 목사가 가자고 하는 보험사에 갔다. 보험사에 갔더니 들어가자마자 A 중고차 매장에서처럼 직원한테 "나 또 고객 데려왔다" 했다...

보험사 직원중 한 명과 상담을 시작했는데, 목사가 대화를 계속 가로채면서 자기가 골라놓은 A매장의 차 견적을 내 달라고 했다. 어차피 고른 차가 없는 상태였으니 그냥 놔뒀다. 상담 내내 목사가 하도 나와 직원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어, 나더러 이 옵션 골라라 저 옵션 골라라 하니까, 보다못한 직원이 목사한테 나랑 대화하게 놔두라고 했다. 목사한테 통역을 의존했으면 아파트 렌트 보험까지 그냥 자동차 보험 옵션인척 고르라고 한거 눈치도 못 챘겠지... 결국 견적은 6개월에 $1700불 나왔는데, 미시간의 차 보험료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편이었다. 어쨌든 차가 없으니 보험도 구매하지 않고, 견적만 받아보고 끝났다.

목사가 자기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완전 삐져서는, 갑자기 자기 무슨무슨 한식당 가서 밥 사달라고 했다. 처음부터 사례 필요 없다고 해놓고... 결국 시간 낭비한건 나 같은데... 그래도 해코지 막는 비용이라 생각하고 밥을 사주고, 바로 헤어졌다. 며칠 뒤, 목사가 자동차 아직 안 샀냐며 연락이 왔는데, 그냥 도움 필요 없다고 답장했다.

이 날 돌아다니는 내내 목사 태도가 너무 별로였다. 밥 먹으면서 목사가 말하길, 내가 게시판에 미국에 온지 두 달 되었다고 쓴 것을 보고, 내가 영어를 못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딜 가든 직원이랑 직접 대화 할 때 마다 대화를 자꾸 끊으면서, 한국어로 나한테 "저 말은 실제로는 이런 뜻이니까, 그 서류는 보지 말고, 무조건 이거 고르고 여기에 사인해라" 이런식으로 말했다. 영어 못했으면 그냥 당했을듯... 나중엔 나한테 영어 왜 잘하냐고 짜증을 내면서 무슨 대학 나왔냐고 물어봤다... 어디 졸업했다고 대답했더니 왜 한국 입시가 잘못되었으며 내 모교가 왜 안좋은 곳인가에 대해 돌아다니는 내내 연설했다... 그리고 왜 정착 초반에 한국인 도움 받을 생각을 안 했냐면서, 미국 오기 전에 한인 학생회 웹사이트에서 공항 픽업을 신청했으면 정착 초기부터 여러가지 도와줬을텐데 했다. 그 말이 처음부터 낚았으면 여러가지 떼먹을 수 있었을텐데로 들렸다. 아파트 렌트 계약, 아파트 렌트 보험 등등 비싼거 여러가지 사기당했을지도... 학부 갓 졸업하고 온 어린 유학생이면 아직 사회 경험도 적고 현지 영어 회화가 유창하지도 않을거고, 그래서 사기당하기 쉽겠다 싶었다.

미국에 있으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무조건 한국인만 찾을 필요는 없다. 먼저 손을 내밀면서 한국인들은 다들 자기를 통해 정착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는가 잘 생각해 보자. 물론 선의로 그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해 보고,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이나 외국인 학생 지원 부서 등을 이용하는것이 훨씬 안전하고, 현지에 와서 사귄 친구들 도움을 받는것도 좋다.

이 때의 경험을 생각하며 언젠가는 블로그 같은거 만들어서 미국 정착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해외에서 혼자 모든걸 해결하며 살아야 사는데, 이런 일 까지 겪으면 너무 서럽다. 앞으로 필요한 정보를 시간 날 때마다 더 적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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