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 정보 공유/각종 경험 및 팁

이사 관련 살림살이 구매 팁 - 미국에서 떠돌아 다닌 경험담과 함께

by nomad worker 2022. 2. 28.
반응형

각종 이사 경험담

기숙사 떠돌이 생활

어쩌다 보니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한군데서 2년 넘게 살아 본 적이 없다. 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잦은 출장으로 미국과 일본 연구소들의 기숙사를 전전하며 일 년에 몇 번씩 이사를 다녔다. 잦은 이사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출장 전날이면 퇴근 후 밤새 짐을 싸고, 청소를 하고, 살림살이 일부는 오피스에 옮겨놓고, 어깨가 시큰거려 잠도 제대로 못 잔 후, 캐리어 두 개를 끌고 30분 동안 육교를 오르내리며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 한참 기다려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갔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출장지에 도착 할 때 쯤이면 어깨가 제발 쉬어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도착지에는 짐만 풀고 바로 출근하기를 기대하는 슈퍼바이저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고통을 약간이라도 줄이고자 점점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갔고, 졸업 할 때 쯤에는 모든 살림살이가 큰 캐리어 가방 하나에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짐이 줄었다. 기숙사이다 보니 웬만한 가구와 취사도구는 다 갖추고 있어서 살림살이라고 해봤자 많지는 않았다.

첫 정착, 그러나 잦은 장기 출장

졸업 후에는 미국에 첫 직장을 잡았다. 이삿짐이라면 지긋지긋해서, 대학원 때 까지 입던 옷이나 잡다한 살림살이는 대부분 팔거나 기부했고, 정말 편하고 매 주 입을 기본 옷과 최소의 살림살이, 그리고 책과 전자제품만 챙겨 미국으로 건너왔다. 오자마자 아파트 몇 군데를 돌아다녀 보고, 곧 렌트 계약을 했다. 처음으로 기숙사를 벗어나 살림살이를 반영구적(?)으로 보관 할 수 있는 내 장소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곧 잦은 장기 출장 때문에 아파트는 서브렛을 주고, 다시 연구소 숙소를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첫 번째 아파트 이사

그러다 2020년 초, 지겨운 떠돌이 생활을 끝내기 위해 아예 자주 다니던 출장지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출장지 근처에서 새로운 아파트 렌트 계약을 하고, 서브렛을 줬던 전 아파트 살림살이를 처분했다. 출장지와 전 아파트가 차로 5시간 거리에 있었는데, 1박 2일만에 운전을 직접 하고 가서 모든걸 처분하고 와야 하는 스케줄이었다. 다행히도 모든 가구는 중고로 팔았고, 작은 살림살이들만 챙겨서 아파트를 이틀만에 쉽게 비울 수 있었다. 코로나가 터진 직후여서 아무도 중고품을 안 살 까봐 가구 처분을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CDC 코로나 가이드라인도 없던 시기에 다들 알아서 장갑이나 마스크를 쓰고 와서 가구를 가져갔다.

두 번째 정착

두 번째 아파트로 이사를 오자마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다른 지역으로의 모든 출장이 취소되었다. 덕분에 출장 계획으로 받은 펀드는 한 푼도 못 썼다... 어쨌든 예고치 않게 모든 장기 출장이 취소되는 바람에, 한군데서 2년 가까이 눌러 살 수 있게 되었다. 거의 십 년 만에 한 장소에서 일 년 이상 살아 본 것이었다. 확실히 장기간 정착 생활을 하다보니 살림살이를 내 생활패턴에 최적화되게 구비 할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힘들었던 두 번째 이사

2년의 두 번째 정착 생활을 마치고, 개인 사정으로 몇 달 동안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다. 두 번째 아파트는 2년을 산 곳이다보니 아무래도 살림살이가 많은 편이었어서 이사도 훨씬 힘들었다. 게다가 동네가 후미진 곳이다 보니 (연구소는 다 땅값이 싼 동네에 있음) 중고거래도 첫 번째 아파트 이사 때 보다 훨씬 어려웠다. 살림살이를 최대한 처분하고, 남은것은 차에 보관하고 출국 할 생각이었어서, 이번에도 열심히 중고 시장에 물건을 내놓았다. 가구가 안 팔리면 나 혼자 어떻게 옮기지 하고 고민하다가 알아본 것이 기부단체 픽업과 Moving sale leftover 픽업이었다. 기부단체 픽업은 무료였지만 쓰레기 픽업은 대부분 400-500불을 요구했다.

다행히 마지막 한 달 동안 열심히 중고품을 팔아서 무거운 가구는 전부 처분했다. 온라인으로 하는 중고 거래는 순탄하지 않았다. 연락은 많이 오는데, 답장 하는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고, 게다가 반 이상은 답장에 응답도 하지 않았으며, 피싱도 한 번 당하고, 어쩌다 겨우 거래약속을 하면 대부분은 시간을 지키지 않아 내 스케줄이 꼬이기 일수였다. 온라인이다 보니 이상한 사람도 많았고, 막말이나 성희롱은 거의 정기적으로 받는 수준이었고... 중고거래 앱을 쓸 때 마다 진상들의 을이 된 것 같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처지가 아니다 보니 중고거래를 때려 칠 수는 없어서 좀 서러웠다.

이사 마지막 날에는 거의 10 시간 동안 짐 싸고, 버리고, 차로 옮기고, 대청소를 했다. 열쇠를 반납하고 미국에서의 두 번째 아파트 비우기도 끝. 마지막으로 차는 연료를 가득 채워 장기 Storage 업체의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고, fuel stabilizer 주입하고, 문과 창문 닫은거 확인하고, 자동차 커버를 씌운 후,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이사가 잦은 경우 살림살이 구매 요령

위 경험담을 보면 살림살이 처분이 얼마나 귀찮은 것인지 약간은 와 닿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사를 다닐 때 마다 살림살이 처분 방법은 아래 세 가지다.
- 가지고 가거나
- 중고로 팔거나
- 버리거나

살림살이 전부 가지고 이사하는 경우

만약 큰 차가 있고 짐 나르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경우, 본인 차로 옮기는 것이 돈 생각만 하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가구는 전부 분해해서 차에 싣고, 매트리스는 차 위에 고정해 달고 이사하면 된다.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 이삿짐을 차로 나르는 것만 잠깐 도와줄 사람을 고용 할 수도 있다. 진작에 알았다면 이 방법을 썼을 것 같다.

차가 없는 경우, 트럭을 빌리거나 이사 서비스를 이용해 살림살이를 모두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의 경우, 살림살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이사 서비스 가격이면 차라리 가구를 다 버리고 전부 다시 살까 싶어서 잘 안 쓰게 된다.

어쨌든 위의 두 경우 전부 아래 사항을 고려하는것이 도움이 된다.

 

1. 쓸데없이 부피가 큰 것은 구매를 자제하자

너무 부피가 큰 것을 많이 사면 나중에 옮길 때 곤란하다. 일반적인 트럭 사이즈, 또는 본인 차 사이즈를 고려해 가구를 주문하자. 가구를 분해 해서 나르면 부피가 많이 줄겠지만 많이 힘드니까, 정말 커야 하는 가구가 아니면 쓸데없이 부피 차지 많이 하는건 자제하자.

 

2. 옮길 수 있는 무게의 살림살이를 고르자

특히 혼자 이사 다니는 사람의 경우, 둘 이상이 들어야 하는 무거운 살림살이는... 사람을 고용 안 할 수 없으니 추가로 비용이 들지만, 본인 차에 살림살이를 전부 챙겨가는 경우, 여전히 경제적으로 괜찮은 선택이긴 하다.

중고로 팔거나 버리는 경우

1. 크고 무거운 것은 저렴하고 잘 알려진 브랜드로 구매

이사 다닐 때 마다 무겁고 부피가 큰 것들은 중고로 팔게 되는데, 잘 알려진 브랜드는 잘 팔리는 반면, 아마존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랜덤한 알파벳 이름의 중국산 브랜드 가구들은 잘 팔리지 않았고, 그래서 무료나 그에 가깝게 팔아야 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 해 보면 당연하다. 정체 모를 저렴한 살림살이를 중고로 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파는 가격이 낮을수록 들러붙는 진상의 수는 어째 exponential 하게 증가해, 중고 판매 난이도를 더 높인다.

또한, 만약 팔리지 않는 경우에는 버려야 하므로, 가능하면 저렴한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단, 예외로 매트리스나 오피스 의자는 무조건 저렴한 것이 아닌 품질이 어느정도는 괜찮은 것을 사는걸 추천한다. 처음 살림살이를 장만하면서 매트리스를 아마존에서 저렴한걸 골랐더니, 잘 때 너무 불편해서 힘들었다. 오피스 의자도 역시 아마존에서 싼걸 샀는데, 너무 불편해서 결국 나도 모르게 책상까지 피하며, 식탁에서 모든 일을 하고 살게 되었다.

그래서 이러나 저러나 한동안은 이케아에 정착 할 것 같다.

 

2. 작고 가지고 다니기 쉬운 것은 오래 쓸 좋은 제품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는 중고로 잘 팔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작은 살림용품들은 새 것도 크게 비싸지 않으니, 굳이 중고품을 구매하려 하지는 않는가 보다. 살림을 처음 한다면 뭐가 필요한지도 잘 모르니 저렴한 것을 사는게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능하면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다닐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3. 가능하면 멀티 기능 제품, 그러나 성능도 고려

살림 습관에 따라 무슨 아이템을 살 것인지는 다르겠지만, 한 기능을 하는 제품을 여러개 구매하는 것 보다는 여러 기능을 하는 제품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팟을 샀더니 밥솥, 커다란 냄비, 스팀기, 요거트 메이커 등은 구매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너무 멀티기능에 치중하느라 성능이 떨어지는것을 구매하는것은 비추. 내 경우, 맥가이버 칼이 유용할 줄 알고 사봤는데, 언제 써도 불편해서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4. 평소에 미니멀하게 살기

항상 정리정돈 잘 하고, 계획적으로 살림해서 필요한 것만 잘 구매하고, 필요 없어진건 바로 중고로 팔거나 기부하는 습관을 갖자. 이와 관련된 살림팁은 점차 포스팅 할 예정이다.

마치며

유목민 살이가 어땠는지 써 놓고 보니 너무 고생한 것 같네 -_-
이케아 광고 아님...

반응형